데이비드 카슨 David Carson : 독창적이며 도발적인, 더티 타이포그래피 선구자 / 레이건 Ray Gun 잡지 디자인
[ 데이비드 카슨
David Carson ]
데이비드 카슨은 1952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출생하여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며 파도타기 프로 서퍼로 활동했다.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라퍼스빌'에서 한스 루돌프 루츠가 진행하는 3주 코스의 그래픽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해 처음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접하게 되었고, 교직을 쉬면서 알바로 잡지디자인을 하다가 아예 1980년대 디자이너로 직업을 전향했다. 1983년, 학교를 사직하고 <트랜스월드 스케이트 보딩> 잡지에서 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하기 시작했으며- 1988년 <뮤지션>이라는 잡지의 '아트디렉터'가 되었다. 1989년, <비치 컬처>와 1991년, <서퍼> 잡지에 참여하여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대부분의 그래픽 디자인 원칙을 무시한 거의 읽기 힘든 레이아웃, 이른바 '더티 타이포그래피'를 하는 선구적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1992년, 맬컴 가렛의 요청으로 잡지 <레이건>의 창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텍스트를 이미지처럼 활용한 그의 작업물을 보면 굉장히 흥미롭고 자유로운 리듬감이 느껴진다(: (창작 욕구를 일으킨다고 해야할까나...? ㅎㅎ)
1990년대엔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잡지 제작 과정의 중심에 들어온 시기로써- 디지털의 영향으로 전위적이고 급진적인 작업양식이 무차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같은 혁신적인 디지털 언어의 대표적인 발신자로 데이비드 카슨이 우선적으로 지목되었다. 아트디렉터로서 쉼없이 달려왔으나 모더니스트들에게 그는 가독성을 무시한 '범법자'였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젊은이에게 그는 영감의 원천인 '구루'였다. 모더니스트들은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그의 이력을 들먹이며 맹렬히 비난했으나 실제로 논쟁으로 삼거나 우려해야 할 부분은 좀 더 다른데 있다.
그의 디자인은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해 '내 마음대로, 내기분대로'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오히려 폭발적인 위력을 지닌 이유는 접근 방식이 개념적이기 때문이다. 자칫 어수선해 보이는 표면 아래엔 텍스트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한 디자인 해결책이 탄탄하게 놓여있다. 하지만, 이런 이면을 읽지 못하고- 단지 시각적인 측면만 모방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양산되는 함량 미달의 디자인이 더 큰 문제였던 것이다.
이후 3년간 30여권 가량을 디자인하면서 당대 '잡지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일인자'로서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는 잡지에 관한 모든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했다. 연습 삼아 그려본 것 같은 글자, 팩스나 복사기를 통해 얻은 것 같은 질감, 혹은 위로 차가 지나간 듯한 바퀴 자국처럼 거의 판독하기 어려운 상태로 레이아웃을 구성했으며 '브라이언 페리의 인터뷰 기사 디자인'에서 본문을 모두 픽토그래피 딩벳으로 처리했다.(woww....)
*딩벳(dingbat) : 폰트와 함께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부호나 심벌. 특수한 글꼴.
1995년 그가 만들어낸 스타일을 기리는 단행본 <그래픽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서: 데이비드 카슨의 그래픽 디자인>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당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전 세계적으로 20만권이라는 그래픽 디자인 서적으로는 전대 미문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1997년 두 번째 책 <제 2의 시각: 그래픽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이후>가 나왔다. 같은 해, 출판사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레이건>을 떠나 뉴욕에서 1인 체제 기업인 '데이비드 카슨 디자인'을 설립하고 광고 영상 디렉팅을 시작했다. 최근엔 강의와 <포토그라피크>, <트랙>, <탐색의 책>같은 책을 출판하는 등 아직까지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디자인계의 이방인이었기에- 전제군주적인 모더니즘을 두려움없이 도전하고 맞설수 있었을지 모른다. 데이비드 카슨의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인의 본질과 전통적인 원리를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디자인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규범들이 새로운 시대에는 어떻게 해석되고 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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