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플랫폼 / 피도르, N26, 골드만삭스
전통적으로 은행은 지점망에 기반하여 풀뱅킹을 제공한다. 풀뱅킹은 은행이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점망에 의존해야 하는 은행으로서 풀뱅킹은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오프라인에서 은행의 경쟁력은 지점망에 달려있다. 고객의 접근이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많은 지점망을 가질수록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하고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를 만회하려면 수익 다변화가 가능한 풀뱅킹이 필수적이다. 고객도 풀뱅킹을 제공하는 은행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고객이 각각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를 찾아가야 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한 은행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고객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풀뱅킹은 은행 입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우위적 전략이다.
역설적으로 은행의 풀뱅킹 전략은 크게 4가지 측면의 부작용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1. 은행은 금융규제를 핑계로 자신의 편의주의 또는 보신주의를 우선하여 금융서비스 제공
2. 지점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수취하는 데 힘써 옴
3. 은행의 폐쇄적인 금융결제망 운영은 금융소비자가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선택할 기회 차단
4. 지점망에 기반한 풀뱅킹은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맹킹 서비스의 혁신적 발전을 저해
한편 은행의 풀뱅킹은 핀테크 혁신의 진전으로 세 가지 이유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1. 디지털이 지배적인 시대에 은행의 풀뱅킹은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증대하는 전략으로 더는 유효하지 않음.
2. 지점망에 기반한 풀뱅킹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
3.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의 금융서비스를 언번들링하고 은행 고객들이 고객의 편의와 경험을 중시하는 핀테크 기업 선호.
이러한 배경 가운데 코어뱅킹이 은행의 새로운 전략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은행의 금융서비스를 핀테크 기업이 성공적으로 언번들링하는 상황에서 은행은 풀뱅킹보다 코어뱅킹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어뱅킹은 은행의 핵심 금융서비스인 예금계좌 개설과 지급결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핀테크 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해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오픈뱅킹을 지원하면서 코어뱅킹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고객의 금융정보와 이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핀테크 기업과 같은 제 3자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가 코어뱅킹에 기반한 금융플랫폼에서 제공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결과 코어뱅킹과 오픈뱅킹을 표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또는 디지털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금융플랫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어뱅킹은 원래 IT 시스템의 아키텍처 측면에서 정의되어왔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은행은 지점망에 기반하여 풀뱅킹을 제공하는데 각 지점의 고객 금융정보는 매 영업일이 종료된 이후에 은행의 모든 지점과 동기화되는 문제가 존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통적인 은행은 예금계좌 개설, 입출금 내역 등과 같은 고객의 금융정보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코어뱅킹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어뱅킹은 핀테크 혁신의 진전과 디지털금융의 발전으로 점차 고객의 관점에서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이 점에서 코어뱅킹은 풀뱅킹과 대조적인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풀뱅킹 | 코어뱅킹 |
은행이 모든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 |
은행이 예금계좌 개설과 자금이체 서비스같은 핵심적인 금융서비스에 집중하고 그 외 금융서비스는 핀테크 기업과 연계하여 제공하는 것 |
은행은 디지털환경에서 풀뱅킹을 고수할 수도 있고, 코어뱅킹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의 금융서비스가 여러 핀테크 기업에 의해 성공적으로 언번들링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풀뱅킹을 고수하는 것은 은행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은행은 지점망에 기반한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레거시 시스템으로 인해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 니즈를 적시에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은행이 풀뱅킹을 고수하는 것은 핀테크 기업에 의한 은행의 금융서비스 언번들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점망에 기반하여 풀뱅킹을 제공하는 은행이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춰 코어뱅킹으로 전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사업모델을 풀뱅킹에서 코어뱅킹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내부적인 이해관계의 충돌로 지점망의 풀뱅킹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설 인터넷전문은행 또는 디지털 은행 중심으로, 코어뱅킹 사업 모델이 채택되고 있다.
오픈뱅킹
자금이체가 가능한 예금계좌는 여타 금융회사와 은행을 구별하는 핵심 금융서비스다. 은행 외에도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회사가 있지만 은행과 같이 자금이체가 가능한 예금계좌를 가진 금융회사는 없다.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이유로 은행만 중앙은행의 지급결제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은행은 은행만으로 구성된 금융결제망을 결성해 운영하기 때문이다.
예금계좌 (#쉬운 접근 #차별 없는 이용 #합리적 가격)
은행의 자금이체가 가능한 예금계좌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다. 예금계좌가 있어야 자금이체가 가능하고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도 발급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예금계좌가 있어야 급여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은행은 부차적 수익을 얻게 된다. 사실상 예금계좌는 공공재(Public goods)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공공재는 접근이 쉬어야 하고 이용에 차별이 없어야 하며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은행의 예금계좌는 공공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우선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만큼 은행은 예금계좌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할 수 있다.
오픈뱅킹
이와 달리 오픈뱅킹은 은행이 고객의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핀테크 기업과 같은 제 3자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예금계좌 정보와 그 입출금 내역,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금융정보와 이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공개한다는 것은 예금계좌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한다는 뜻과 같다. 즉, 일정요건을 갖춘 제 3자라면 예금계좌에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픈뱅킹 플랫폼
오픈뱅킹 제도가 핀테크 기업에 의해 은행의 금융서비스를 더 쉽게 언번들링 되도록 돕는다면, 오픈뱅킹 플랫폼은 오픈뱅킹 제도를 활용해 다른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리번들링하여 여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플랫폼이다.
-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과 다름
- 예금계좌 개설과 지급결제 서비스에만 집중
-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독립적인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맺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
전통적인 은행의 인터넷뱅킹 또는 모바일뱅킹이 오픈뱅킹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은행의 모바일맹킹에서는 다른 은행의 예금계좌를 등록하고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이를 두고 오픈뱅킹 플랫폼이라고 보진 않는다. 오픈뱅킹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코어뱅킹 서비스를 기반으로 자회사 또는 제 3자의 금융서비스를 리번들링하는 금융플랫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플랫폼의 역할
1. 금융서비스 리번들링
오픈뱅킹 플랫폼이 여러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리번들링할 수 있는 이유
: 다른 핀테크 기업이 오픈뱅킹 플랫폼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
- 오픈뱅킹 플랫폼이 제공하는 예금계좌와 지급결제 서비스를 연계할 경우, 자신의 금융서비스를 더 용이하게 제공 가능
- 서로의 고객을 공유함으로써 고객 기반을 확장할 수 있음
- 오픈뱅킹 플랫폼에 참여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
2. 고객 편의 증대
오프라인 환경에서 고객이 은행의 풀뱅킹을 선호하는 것처럼, 디지털 환경에서도 고객은 두 가지 이유로 하나의 금융플랫폼에서 은행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하나의 금융플랫폼에서 여러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 있음
- 금융서비스 이용과 관련하여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 가능
3. 핀테크 생태계 조정
오픈뱅킹 플랫폼은 고객이 원하는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리번들링할 유인이 크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객은 오픈뱅킹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오픈뱅킹 플랫폼이 고객이 원하는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리번들링해 제공한다면 고객도 오픈뱅킹 플랫폼 이용을 더 선호할 것이다.
4. 핀테크 기업 경쟁 촉진
핀테크 기업은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지급 결제, 대출, 자산관리 서비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만큼 핀테크 기업은 기존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자신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과도 경쟁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핀테크 기업의 생존 여부는 자본금과 고객 기반의 성공적인 확보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뱅킹 플랫폼이 자신의 금융플랫폼에 리번들링할 핀테크 기업을 선택할 경우, 핀테크 기업 간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견고한 고객 기반 확보 여부에 따라 오픈뱅킹 플랫폼의 참여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오픈뱅킹 플랫폼의 참여여부에 따라 핀테크 기업의 고객 기반 확보 역량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핀테크 기업이 퇴출될 수 있고, 핀테크 기업 간의 합병이나 금융회사로의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 모델
1. 자회사 방식
자회사 방식은 동일 금융그룹 내 금융자회사의 금융서비스를 오픈뱅킹 플랫폼에 리번들링하는 사업모델이다. 금융지주회사나 금융그룹은 자회사별로 디지털플랫폼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오픈뱅킹 플랫폼을 통해 자회사의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자회사별 고객기반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금융그룹이 은행의 풀뱅킹 사업모델을 오픈뱅킹 플랫폼을 통해 구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제휴방식
제휴방식의 사용모델은 오픈뱅킹 플랫폼 또는 핀테크 기업 간에 서로 고객 기반을 공유함으로써 신규고객을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음. 오픈뱅킹 플랫폼은 금융자회사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제휴 핀테크 기업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제휴 핀테크 기업은 코어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뱅킹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점에서 제휴 방식의 사업 모델은 여러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핀테크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기여가능🖤
3. 혼합방식
혼합 방식은 금융그룹이 금융자회사의 금융서비스와 기존 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오픈뱅킹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한 마디로 자회사 방식과 제휴방식이 혼합된 사업 모델인 것<
오픈뱅킹 플랫폼 사례
1. BaaS의 대명사, 피도르
독일의 피도르 은행은 2009년 은행업 인가를 받은 독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자 서비스용 은행(Bank-as-a-Service. Baas)이다. 전통적인 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자신의 은행 서비스를 폐쇄적으로 직접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하나의 오픈뱅킹 플랫폼으로서 다른 핀테크 기업의 여러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피도르 은행은 제휴 방식의 오픈뱅킹 플랫폼 전략을 실현하고자 코어뱅킹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른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40개 이상의 API로 구성된 Fidor OS를 개발했다.
Fidor OS를 기반한 오픈뱅킹 플랫폼을 통해 제휴 핀테크 기업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API를 사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 같은듯 다른 N26
독일의 N26뱅크는 2013년에 지급결제 분야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2016년 7월에 은행업 인가를 받은 독일의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풀뱅킹이 아닌 코어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금융서비스는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여 제공한다. N26은 고객을 스탠다드와 프리미엄으로 분류하고 프리미엄 고객으로부터 월 9.9유로의 회원비와 제휴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금융상품 판매 및 중개 수수료를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3. 오픈뱅킹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는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의 오픈뱅킹 플랫폼인 마커스는 P2P 대출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해 개인대출과 저축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머지않아 다른 금융회사 또는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자산관리, 은퇴금융, 지급결제 등으로까지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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